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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분필
괜히 기분이 울적한날, 쉬는 시간에 생각에 빠져 있다가 나도 모르게 볼펜으로 분필에 낙서를 했습니다. '희망' 이란 글자였지요.
이윽고 수업시간이 되어 그분필을 들고 칠판에 글자를 적는데 가운데가 뚝 부러지는게 아닙니까! '이거 희망이 부러진 거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친김에 아이들에게 부러진 분필을 들어 보이며 물었지요.
"얘들아. 희망의 분필이 부러졌어도 희망은 있는 거겠지?"
나의 시무룩한 표정에 장난기가 발동한 아이들은 큰소리로 없다고 약을 올리더군요. 그런데 그 가운데 한아이가 손을 번쩍 들며 "있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었지요.
다음날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정리하려는데 그 아이가 다가와 선물이라면서 불쑥 무언가를 내밀었습니다. 지저분한 분필 한 자루였습니다.
순간 아이가 장난한다 싶어서 한마디 했습니다.
"뭐야, 왠 장난이니?"
아이는 조금 풀이 죽어 다시 분필을 내밀었습니다.
"선생님, 희망인데요."
아이의 말에짐짓 놀라며 받아 든 분필에는 공기방울처럼 '희망'이라는 글자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빽빽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작은 감동이 제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참 사랑스런 아이죠?
그런 아이들의 순수함과 맑은 눈빛이 바로 우리의 "희망" 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랑' 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겠지요.
배동욱님 / 경기도 광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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