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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준 선물
건강한 인간이 되고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도착한 그곳은 공기가 순하디 순했으며 따사로운 햇살이 늪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뿔잠자리 몇 마리가 날아들어 하늘과 땅 사이를 이어주며 너, 나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춤을 추었다. 평화가 넘실거리고 자유의 가을이 인간을 푸르게 만들었다. 아! 감동이다.
동료 선생들과 환경캠프 일정의 길 떠남이었다. 여의도의 4배 크기인 국내 최대, 최고 자연 늪인 람사르 등록습지인 창녕 우포늪으로 향하는 차 안은 그리하여 설렘이 넘실거린다. 책을 통해서만 아이들에게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이야기해 오다 직접 자연과의 특별한 만남을 계획하였으니 당연하리라. 2시간 30분여를 달려와 도착하여 바라다본 그곳은 1억 4천만 년 전 태고 적 신비가 보존되고 있었다. 물억새를 시작으로 마름과 생이가래 그리고 개구리밥으로 뒤엉킨 늪은 새들의 군무와 어우러져 다양한 노래로 표현되어 들려 왔다. 쇠 기러기들이 무리지어 노니는 곳에 산 너머에서 뒤늦게 날아온 노랑부리저어새 두 마리가 백옥 같은 깃털을 자랑하며 사뿐히 내려앉자 잠깐 술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평화가 깃든다.
일행은 이내 자연이 주는 힘 앞에서 사랑을 느낀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인간은 자연 일부이고, 일부로 살아가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이 위대함 앞에서 거두어 담아둔다. 자연이 왜 지켜져야 하는지, 건강한 습지가 건강한 인간을 왜 만드는지를……. 이 우포늪이 어떤 생태학적 가치를 지니는지, 경제학적 가치를 가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이 앞에 서면 절로 자연의 소중함이 느껴질 것이기에 많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얼굴에 선한 홍조를 띤 일행은 우포늪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르렀다. 말을 해 무엇 하며 어찌 이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하랴. 조선시대 산수화의 대가인 강세황이 그려낸들, 고갱이 가을 산수화를 그린들 이 모든 신비를 어찌 담으랴……. 우리나라 방방곡곡 아름다운 곳이 많다지만 이곳에서 바라본 늦가을 가을 풍광은 자못 뛰어나다. 따뜻한 햇볕을 받아 한껏 희고 흰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병풍처럼 펼쳐진 산봉우리에는 각양각색으로 단풍이 물들고 이 모든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늪에는 온갖 곤충들과 예부터 저마다 살기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살았던 수생식물이 넘실거리고 그 밑으로 가물치며 메기며 붕어들이 떼 지어 노닐고 온갖 겨울 철새들이 이 풍요로 가득한 늪에 걸 맞는 군무를 펼치고 있으니 이곳이 무릉도원이며 유토피아다. 이 모든 풍광을 가슴으로 느끼는 한 인간의 다짐은 대단해진다.
“자연을 사랑하리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친구만큼 사랑하리라. 너희와 더불어 살아가리라. 침묵의 봄이 되지 않게 하리라. 조그만 힘이나마 자연의 지킴이에 동참하리라. 아이들에게 이 사랑의 힘을 전하리라.”
이러한 굳센 다짐을 하고서 돌아오는 길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만났다. 생태탐사 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이다. 선생님의 지도로 우포늪을 묘사하며 이 위대한 자연을 땅바닥에 앉아 시린 손을 호호거리며 가슴에 담고 있었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소중한 자연은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하니 조그만 머리들이 끄덕인다. 훈훈한 마음을 선생님께 보내고 돌아서니 내 가슴이 따뜻해 왔다. 그동안 마음이 인색하여 세상이 어둡게 보였는데 자연이 주는 넉넉함으로 인해 세상 모두가 아름답게 보인다. 참으로 다행이다.
나에게 약속했다. 우포늪의 사계절을 노래하리라고. 추운 겨울이 지난 봄날에 찾아들어 겨울 철새의 분주함이 사라진 늪의 개구리밥 기지개를 들을 것이고 더운 여름날 반겨 들어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자태를 뽐낼 수생 식물들의 군락 속에서 외로이 왜액~ 거리며 울고 있을 왜가리를 쪽배를 타고 만나볼 것이다. 오늘처럼 다음의 가을날에도 이곳에서 억새와 단풍과 더불어 새들을 만나며 친구가 되자고 할 것이며 눈 내리는 겨울날의 풍광은 어떨지 꼭 만나 글로나마 표현하리라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함께 사랑의 노래를 부르자고 권하리라고.
자주 읊조리는 시 ‘무엇이 진정한 성공인가’를 또 노래해 본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에머슨의 시구를 떠올림을 끝으로 불현듯 찾아든 늦가을의 행복한 하루를 마감하며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우포늪과 어우러지는 새들의 군무를, 다양한 노래 소리를 그들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주는 것이 우리가 성공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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