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40점 맞았어요.
우리 딸이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받아쓰기를 하던 날,
받아왔던 점수가 40점이다.
점수에 대한 개념이 없던 아이는 동그라미가 몇 개 그려져 있고
맨 위의 40이라는 숫자가 마냥 신기했던 모양이다.
철없이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야단은 고사하고 오히려 0점보다는 잘했노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다 문득 시험지를 들고 연신 자랑을 해대는
딸에게서 초등학교 시절의 내 모습이 떠울랐다.
유난히도 자식들에게 엄격하셨던 아버지는 학교에서돌아오기가
무섭게 매일같이 받아쓰기 공부를 시키셨다.
'나, 너, 우리, 우리나라, 대한민국' 아버지가 불러주시는 단어를
딴에는 열심히 받아 적어 보지만, 채점을 해보면 틀린 답은 꼭
나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틀린 답보다는 맞힌 답에 그려져 있던
커다란 동그라미를 보며 기뻐했던 어린 시절의 나.
그런 나를 아버지는 항상 밝게 웃으시며 칭찬해 주셨다.
그때의 아버지도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이 되자 내심 걱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대기만성 영감님' 형 인 아이는 무엇이든 느려 또래 아이들에게
뒤처지지나 않을까 미리부터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기특하고 신기하게도 걱정과는 달리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 아이. 왜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미리부터 걱정했을까.
유치원 다닐 때는 평균 30~40점 사이를 맴돌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매일같이 100점을 맞아 오는 것이 아닌가.
특히 처음으로 아이가 100점을 받아오던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하던지 아이를 부둥켜안고 그만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으니...,
무조건 못했다고 야단 치기보다는 '참 잘했구나~'
계속 칭찬해주고 함께 기뻐한 것이
딸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그시절 아버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김정화 / 전남 강진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