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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꼴찌는 없다
학창시절 내내 운동회 때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겪어야만 했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달리기 출발선에 서며 왜 그리도 마음은 떨이고 두 손엔 땀이 나는지...,
나에게 달리기는 운동회에서 제일 두려운 종목이었다. 마음은 늘 일등을 달리고 있건만,
다리는 왜 항상 제자리걸음인지. 그런 나를 닮아서인지 큰아들 역시 달리기엔
영 소질이 없는 것 같다. 지금 4학년인데, 그래도 3등은 하니 다행이다.
이 엄마는 늘 꼴찌를 면치 못했는데...,
작년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큰아이가, "엄마, 이번 운동회에서
어머니 달리기 대회가 있는데 우리 반 대표로 달리기 선수를 해야 돼요" 하는 것이다.
너무 당황스러워, 아들에게 학교 다니면서 내내 꼴찌를 도맡아 했다고 얘기했지만
아이는 계속 나가야 한 다고 우겼다.
그렇게 싫어했던 달리기를 이 나이에 해야 한다니 얼마나 황당했던지 연습은 해야겠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아서 가을 운동회가 열릴 때까지
내내 가슴만 졸이고 있었다. 드디어 결전의 그 날이 왔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김밥과 간식거리을 준비하면서도 머릿속엔 온통 달리기 생각뿐이었다.
'이 일을 어쩌나..., 나이 먹어서 이게 무슨 망신이람.'
두건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드디어 출발선에 섰다.
이어달리기 에서 난 두 번째 순서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내가 세 명이나 더 앞서 달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엄마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지 않았다.
조그만 더 질주하면 일등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차, 뒷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줄 순간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입고 있던 청바지엔 구멍이 나고, 무릎과 팔에는 피가 흘렀지만 이상하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잘 달릴 줄 나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아들아이의 반은 4등밖에 못했지만,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 가을 운동회 때도 꼭 출전해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지금도 무릎에 훙터는 남아 있지만 기분은 좋다.
그 두려운 달리기에 이제 한층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이태경 / 경북 경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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