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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손님 7
나고야에 내린 게이코는 표지판만을 바라보며 걸었다. 처음 걸어 보는 그 거리는 낯설기만 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안내소가 눈에 띄자 곧 안으로 들어갔다. 안내소의 늙은 직원은 그야말로 친절하게 지도를 꺼내 가리키면서 알려 주었다.
게이코로서는 낯선 곳에서의 한마디가 그토록 따뜻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 안내원에게는 실제로 득이 될 일이 아닌데도 친절하게 응대해 주는 것이다.
안내원이 적어 준 대로 약도를 보며 나고야 시내를 헤매는 동안 하늘에서는 춤을 추듯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시로도 가(家)의 현관 앞에 도착했을 때, 장례식은 광명사(光明寺)에서 한다는 종이 메모가 붙어 있었다.
게이코가 다시 광명사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장례 준비가 끝나 있었다.
"실례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던 게이코는 여고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과 마주쳤다.
"네, 누구신가요?"
"저어, 오오쓰의 춘추암에서 왔습니다만."
"네? 그 춘추암이라는 과자점? 설마! 아니, 실례했습니다. 장녀인 요오코입니다.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그 여학생은 '춘추암'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황급히 안으로 사라졌다.
다시 그 여학생과 함께 나온 사람은 과자점에 왔던 그 시로도 씨였다.
"아, 게이코 양! 그저께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어머님께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서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시로도는 그저 감탄하여 게이코를 바라만 볼 뿐이였다.
게이코는 과자를 누군가에게 건네 주고 장례식에만 참석하려고 했는데, 시로도 가족들의 청을 뿌리치지 못하여 안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어머니도 기뻐하실 겁니다.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안에는 꽤 호화로운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게이코는 과자 포장을 풀고 시로도에게 건네 주었다.
그것을 제단에 올리고 게이코는 염주를 꺼내어 향불을 올리고 분향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말했다.
처음 뵙는 손님...... 이 세상 마지막에 우리 가게의 과자를 먹고 싶다고 말씀하신 분, 미처 시간을 대지 못해 정말 서운하셨겠지요. 좋아하시는 과자를 떠나시는 길에 갖고 가시라고 인사차 왔습니다. 아무쪼록 편안히 쉬십시오.
모여 있던 시로도의 가족들은 게이코의 착한 마음에 차오르는 감동을 억제하며 숙연해졌다.
모처럼 왔으니까 장례식 뒤에 식사를 함께 하자고들 했다. 게이코는 자신의 소박한 마음씀씀이를 이런 식으로 크게 기뻐해 주니 쑥스럽기만 했다.
장례식이 거행될 때는 눈이 펄펄 날려 몇 치 앞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산을 쓴 참배객들의 맨뒤에 서 있는 게이코의 머리와 어깨에 수북이 눈이 쌓여가고 있다.
장례식 선두차 안에서 뚫어지게 게이코를 바라보는 시로도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어머니가 격렬한 고통에서 벗어나 극락으로 가신 것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눈물을 참아 왔다.
그러나 19세의 게이코가 손님의 마음에 성심껏 보답하려고 우산도 쓰지 않고 눈을 맞으며 무심하게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되어 울고 말았다.
인간이 인간에게서 받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쁜 감정의 충격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 자신이 일류 기업의 판매과장 자리를 맡아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지도하며 적잖은 업적을 올려 만족과 자부를 느끼고 있지만...... 상인에게 이런 멋진 세계가 현실적으로 있으리라고는 미처 몰랐다.
그러할 때 문득 '상인의 모습에서 앞치마를 두른 부처님의 모습을 본다' 라는 말을 떠올리며, 그야말로 게이코의 모습이 천사처럼 빛나 보였다.
며칠 후, 과자점 <춘추암>에는 시로도가 과장으로 재직중인 회사의 홍보 신문이 배달되었다. 게이코의 미담이 실린 신문이다.
나고야에서 시로도가 부친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부터 따뜻함을 받는다는 것이 이토록 감동적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며 게이코를 훌륭히 키워 온 여러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적혀 있었다.
비로소 게이코의 선행이 알려지고, 춘추암의 사장은 '상인의 길은 인간의 길'이라는 것을 부하로부터 가르침 받았노라고 무척 행복해 했다.
춘추암에는 격려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게이코의 그런 행동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나카가와도 뜻밖의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지금까지 자기의 생각은 모두 틀린 것이었다고 시인하며, 시집을 읽고 싶으니 빌려 달라고 했다.
싸늘하지만 맑게 갠 오오쓰의 거리, 비록 코트조차 입지 않았지만 추위를 잊은 듯 걸어가는 게이코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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