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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손님 2
"안녕, 가야마!"
"여! 안녕하신가. 오랜만이야."
"오늘은 게이코 양 있나?"
유키코는 명랑하게 나카가와의 반응을 살피면서 야유조로 말했다.
"선배님! 아니 나카가와 씨. 당신은 지배인님 친구라는 핑게로 늘 가게에 오시면서 한번도 과자를 사시지는 않는군요. 그래도 되는 겁니까?"
"난 과자를 좋아하지 않아."
"그렇습니까? 그러면서도 게이코 양이 내놓는 차와 과자는 잘도 잡수시데요."
"게이코 양의 것은 예외요."
"말끝마다 그저 게이코 양, 게이코 양......, 선배님, 도대체 게이코 양을 어떻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죠?"
"유키코에게는 당할 수가 없군. 아침부터 사람을 비꼬지 말아요. 아무것도 특별한 속셈은 없어요. 게이코 양이 있으면 차라도 한잔 얻어 마실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른 것뿐이니까."
이때 가야마가 바쁘지 않으면 들어오라고 권하자, 나카가와는 자동차를 주차시켜 놓고 들어오려고 했다.
나미코는 앞문을 열면서 안쪽을 향해 안내 방송하는 어조로,
"게이코 양, 면회입니다."
하고 장난기 섞어 외쳤다.
"네, 지금 곧......"
게이코가 급히 나온다.
"아니, 아무도 없잖아요?"
나미코 이외에느 아무도 없다.
"후후후, 미안. 밖에 미스터 엘리트인 나카가와 씨가 왔어요."
게이코는 의아스러운 얼굴을 하고 물었다.
"나카가와 씨?"
"게이코 양이 있으면 들어오겠대요."
나카가와가 들어와서 쑥스러움을 감추면서,
"안녕, 게이코 양. 잘 있었소?"
하고 인사를 건네자 게이코도,
"안녕하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하고 답례를 했다.
나카가와는 손님 의자에 앉았다.
"그간 못 만났군요. 회사 연수 때문에 이즈에 출장 다녀왔어요."
유키코가 아직도 꽃을 손보느라고 서서 일을 하며,
"선배님, 이즈의 선물은 나중에 게이코의 집으로 속달로 보내겠죠?"
하고 비꼬자 나카가와는 큰소리로 말한다.
"또...... 유키코 양은 사람을 곧잘 괴롭히는군요. 학대는 사회악이예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유행하는 선전 문구를 쓰면서 가야마가 물었다.
"며칠간 다녀왔나?"
"1주일간...... 억지로 다녀왔어."
"억지로라니, 그것도 일의 연장이지."
"그거야 그렇지만."
"한마디로 자네와 자네 회사 너무 급성장한 거야. 사람도 키우지 않고 규모만 크게 되었지."
"무슨 의미지, 그건? 글쎄, 자네가 말한 대로일지도 몰라. 세일즈가 약하니까, 종업원들은 매뉴얼대로 교육시켜서 시스템화하려고 하지. 그것이 이처럼 발상 전환이 잘 안 되는 시대가 되면 혼란에 빠져버려요. 그래서 우리를 옥죄어놓고 매뉴얼을 검토시킨 거지."
뮤키코가 말을 가로챘다.
"뭐죠, 그 매뉴얼이라는 거?"
나카가와는 다소 빈정대듯이 대꾸했다.
"평소 그렇게도 아는 척하고 참견 잘하면서, 그래 매뉴얼도 몰라요? 이 가게엔 접객 매뉴얼도 없나?"
"그런 것 없어요. 과자 파는 데 매뉴얼이고 있을 필요가 업죠.그렇죠, 지배인님?"
가야마는 싱긋 웃으며 나카가와 옆으로 와서 앉는다.
"글쎄, 우리 같은 작은 가게는 그런 것 없어도 돼요. 베테랑인 유키코 양을로부터 가장 신인인 게이코 양도 4년이나 되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 충분하지."
나카가와는 가야마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자네, 잘도 그렇게 맘 편한 소리만 하는구먼. 매뉴얼이라고 하면, 그 기업의 능력을 결집한 기술의 하나야. 그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정당화하다니......"
이때 밖에서 손님이 한 사람 두 사람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아이 추워!"
목을 움추리며 손님들이 들어오자 가야마도 일어나고 유키코는 손을 멈추고,
"어서오세요. 고맙습니다."
하고 일제히 허리를 굽힌다.
게이코는 나카가와에게 차를 갖고 가다가 두 사람의 부인에게 다가가며,
"어서오세요, 추우신데 이렇게 오셨군요. 항상 고맙습니다."
하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아, 케이코 양, 오랜만이에요."
"친구분도 여전히 건강하시겠죠."
"항상 그렇지. 답상 빨리 해줘서 고마워요.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연하장에 있던 시는 누구의 시죠? 너무 멋있다고 내 친구도 칭찬을 하던걸."
"부끄럽습니다."
게이코는 수즙은 듯이 말했다.
"항상 가져가는 걸로 두 세트 부탁해요."
부인은 주문을 하고 나서 가야마에게 말했다.
"지배인, 오늘은 나와 친한 친구를 데리고 왔어요."
가야마는 앞으로 다가서며,
"지배인 가야마입니다."
소개받은 부인 쪽이 더 품위 있고 조용한 듯이 보인다.
"이 친구가 너무 이 가게를 칭찬해서, 마침내 나도 와 보고 싶어졌어요. 이 춘추함의 좋은 선전원이죠, 호호호......"
손님들이 돌아가자 시집을 뒤적이고 있던 나카가와가 가야마에게 불쑥 묻는다.
"자네, 이런 것 읽는가?"
"읽으려고 빌렸지."
"아직도 이런 책이 팔리나. 속을 모르겠군. 이런 책 사는 사람, 장사란 이 책처럼 안이한 것이 아니고...... 먹느냐 먹히느냐의 사나이의 사투인데. 오호, 이것봐라."
번성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야 할 것은
오늘도 또
사람의 마음의
아름다움을
우리 장사의 모습으로
하고 싶은 것이다.
나카가와의 냉소적인 목소리는 기분에 들떠 점차 커지고 있다.
"너무 안이하고 마치 소녀 취향적이 로맨티시즘이군. 가게가 번성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상인의 기쁨이 있단 말인가? 기업의 확대 성장이야말로 일하는 종업원이나 상인의 앞날에 희망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정서적인 생활 방식이 아니고 최대한으로 이성을 발휘한 투쟁이 필요하지. 자본력과 조직력을 무기로 하는......"
가야마도 점차 흥분하여,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샐러리맨 집단인 자네들은 무엇인든 금방 결과를 얻으려 하지. 이 시는 번성이라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의 시가 아닐까. 자네는 무엇이든 자신의 주장만을 타인에게 강요하는군."
하고 반론을 제기했다.
나카가와도 물러서지 않고 흥분해서,
"손님이란 대개 멋대로야. 그런 멋대로인 자기 본위의 손님을 어떻게 일일이 만족시킬 수 있단 말인가. 정서파는 엘리트가 될 수 없어."
"그 멋대로인 손님에게 부탁도 받지 않은 것을 자신의 이익을 얻어려고 팔려고 하고 있군. 그 자신도 멋대로 생각하지 말게."
"자네 잘도 그렇게 말하는군. 그런 것 때문에, 대학 때 성적도 좋았으면서 대기업에서 근무하지 않은 건가. 그런 시골 거리의 작은 가게에 만족해선 안돼."
게이코는 과자를 싸면서,
"나카가와 씨, 남의 책을 멋대로 보고서 시비를 따지는건 실례가 아닐까요. 사람마다 모두 각자의 생각이 있지 않겠어요?"
"게이코 양! 내 말을 들어 보세요.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상인이면서 이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런 합리주의 경쟁 사회에서, 겨우 한 사람이나 두사람의 손님에게 마음의 아름다움을 호소해 봐야 쓸데없는 일일 뿐이죠."
"전 나카가와 씨 말씀처럼 어려운 주장은 잘 모릅니다. 다만...... 다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소중히 하며 가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유키코도 나서서 게이코의 말에 맞장구쳤다.
"정말이야, 게이코 양에게 동감이에요! 말없는 게이코의 조용한 저항이여! 더 말해봐요......"
이때 많은 손님이 계속해서 들어왔으므로 언쟁은 저절로 멈추어지고 말았다.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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