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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손님 5
가야마 지배인이 그에게 말했다.
"오, 미안하군. 사치코를 바래다 주었다며."
"아냐, 어차피 이곳에 오려던 참이었으니까."
가장 나이어린 나이어린 나미코가 차를 내오면서 사과했다.
"지배인님, 사치코 언니뿐 아니고 우리들 모두가 신경을 덜 썼던 탓이에요. 언제나 선배만 꾸중을 들으니까 미안해요."
게이코는 그녀의 사과에 몸둘 바를 모르며 모두를 달래듯이 말했다.
"내 담당 손님인데 내가 조심하지 않았던 탓으로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해요."
"누구만의 담당이 아니에요. 가게의 손님은 가게 전체의 손님이니까 가게 전체가 신경을 써야지."
무슨 소린가 영문을 몰라하던 나카가와가 끼어들었다.
"모두들 무슨 얘기 하고 있는 거요?"
"아까 왔던 손님이 물건을 놓고 가서 말이야."
나카가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모두들 머리가 돈 것 아니야? 물건을 잊은 것은 손님쪽이야. 잊어먹은 손님이 잘못이지 당신들이 사과할 일이 아니잖아? 올은 건 옳고 그른 건 그른 거야. 그런 식으로 남이 실수한 것까지 일일이 책임을 지다가는 이 각박한 세상 살아나갈 수가 없어. 자기 책임의 범위 안에서 살펴나가면 된다구."
게이코는 아까부터 무언가를 생각한 듯하다가 가야마에게 입을 열었다.
"지배인님, 잠깐 공장엘 갔다 와도 될까요?"
"무슨 일로?"
"별도 주문에 대해서 의논하려구요."
지배인의 허락을 받고 가게를 나서는 게이코의 뒷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쓸쓸해 보였다.
게이코가 나간 뒤 가게 안에서 나카가와는 가야마에게 말했다.
"요즘 세상에 그런 것쯤 알고 있어야 한다구. 게이코 양도 풀이 죽어 나갔지 뭔가."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하지 말라구. 저 애가 풀이 죽은 것은 아침부터의 일이야."
"그러고 보니 게이코가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장례식은 언젠가요' 하고 묻고 있었어요. 틀림없이......"
"그래서 그런가......"
"애처롭다고 할까, 애써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명랑하게 행동하고 있는 게이코는 다른 사람들이 신경을 쓸까봐서......"
그녀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가야마는 동료의 일에 마음써 주는 그녀들의 착한 마음이 고맙고 훌륭하게 생각되었다.
게이코가 찾아간 공장은 7,8명이 일하는 작은 규모였다. 공장장이 먼저 게이코를 알아보고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의 안내로 직원 식당으로 내려왔다.
"웬일이지? 새삼스럽게...... 아버지에게 무슨 연락이라도 있었어? 기운이 없으니."
"아니에요. 조금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럴 거예요."
"그래? 조심해야지.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무리를 해선 안 돼."
"네......"
중년을 넘긴 공장장은 먼 산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으면서 말했다.
"참 세월 빠르군. 그때로부터 벌써 4년이 지났으니. 그때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었던들 게이코도 벌써 올해 졸업을 하는 건데......"
"이제 그 얘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게이코는 황급히 그의 말을 막았다.
4년 전 공장장이 발기인이 되어 게이코를 고등학교에 보내는 후원회를 만들었다.
모두들 기꺼이 후원인이 되어 주겠노라고 나섰지만 게이코는 '일을 통해 자신을 키우겠다' 며 정중히 거절했다.
가난한 살림,다섯이나 되는 동생들,그리고 생활력 없고 무력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자신이 짐을 짊어져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 주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으면 그나마 집단이 지탱되지 않아요' 라는 말이 열다섯 살 짜리의 말인가 생각하며 애처롭고 대견해서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이렇게 고마운 분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감사하고 있어요."
"나는 이렇게 고마운 분들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감사하고 있어요."
"새삼스럽게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돼."
"그보다도 장례식 과자를 만들어 주셨으면 해요."
"장례식? 집안에 누가 불행을 당하기라도 했어?"
"아니에요. 손님이......"
"어디 사는 분인데?"
"나고야예요."
"저런, 멀리도 사는군. 별도 주문인가?"
그 말에 대답을 피하며,
"오늘 저녁까지 가능할까요?"
"좋아, 만들어 줄게 완성되면 전화를 할 테니까. 그런데 예산은?"
"3천 엔 정도요."
"알았어."
오후가 되어 가게는 한산했다 게이코는 미안한 듯이 지배인에게로 갔다.
"지배인님, 저 내일 유급 휴가 받을 수 있을까요?"
"그래요. 피로할 테니까 쉬어요. 그나저나 좀처럼 쉬지 않는 게이코치고는 희한하군.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뇨, 별로......"
"설마 나카가와하고 어딘가 가는 것은 아니겠지?"
"나카가와 씨하고 어딘가라니, 무슨 뜻이지요?"
"아니, 그렇다면 됐어요. 아까 나카가와가 이걸 놓고 갔어요."
"저에게요? 무엇일까?"
게이코는 편지를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게이코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날 오후, 공장으로부터 별도 주문한 과자가 다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게이코는 과자를 포장해서 가방 속에 넣은 뒤 <코트값 적립>이라고 쓰여진 봉투에서 5천 엔을 꺼냈다.
두툼해지기는커녕 봉투는 오히려 점점 더 얇아져갔다.
게이코는 금전출납기를 두드려 5천 엔을 입금시켰다.
그날 오후, 금전출남기에 입금된 5천 엔에 대해 지배인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그러나 곧 그것이 게이코가 별도 주문한 몫이라는 걸 알게 되고, 고객의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랬었군! 그래서 내일 유급 휴가를 받았으면 하고 원했었군."
지난해 명절에도 게이코는 병으로 누워 있는 어떤 부인의 집에 찾아가 유일한 가족인 아들과 함께 놀아주기도 했다.
그 이야기도 손님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가게 안에 알려지게 되었다. 자신도 가난하게 살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착한 마음씨에 다들 감탄했다.
"그보다도, 게이코에게 손님 장례식에 참가하는 비용까지 부담시켜도 괜찮을까요?"
"그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형편이 어려운 게이코에게 회사가 신세를 져서는 안 되겠지요. 만일 회사에서 부담할수 없다면 우리들이 돈을 모으겠습니다만......"
"아니, 잠깐만. 그야 나도 회사에서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그애의 행위를 회사 명의로 하게 된다면 모처럼의 그애 기분이 어떻게 될까 걱정되는군."
"그래요, 바로 그점이에요. 그애가 말하는 '인간 행위의 아름다움' 이라는 그애 나름의 깊은 세계에 누군가가 끼어드는 셈이 되지요."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요당해서 하는 행위가 아닌 만큼 이상한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애의 월급을 알고 있는 만큼 더 괴로워지는군. 어쨋든 이 문제는 나에게 맡겨줘요. 기회를 봐서 처리할테니까."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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